저 나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서와 봄날』


저 나무



지리산 노고단 입구에서

죽음의 문턱에 선 나무를 만났다

마른 가지 끝에 생이 있는 줄 모르고

사람들은 오며 가면 한마디씩 한다


아름드리 나무 홀로 땡볕에서

잎 하나 달지 못하고 사투하는데

푸른 잎 누리는 사람들은

아무도 나무의 아픔은 보지 않는다

생사로 몸부림치는

나무의 상처를 읽지 않는다


때로는 죽음에 기운 듯

때로는 삶에 더 가까운 듯 보이더니

마침내 벼랑 끝에 다 내려놓고 섰다


나도 저 나무처럼 살아냈다

모진 세월 물처럼 다 흘려보내고

기특하게 살아낸 내 삶을 쓰다듬는다



언젠가 피아골에 간 적이 있다 날을 맞춘다고는 했지만 막상 가보니 단풍은 아직 한참 멀었다 그리고 노고단으로 발길을 돌려 그곳으로 향했다 산에는 온통 초록이 더 많았다

그런데 노고단 입구에서 벼락을 맞았는지 앙상한 뼈만 남은 거의 죽음 직전 까지 가 있는 나무를 만났다 일부에서는 잎을 내고 살아날 것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다

그 나무를 쳐다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함께 간 사람들 때문에 애써 눈물을 감췄지만 울컥하던 마음은 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너무 힘들어 보였다 주변의 나무들은 커다란 잎을 내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데 혼자서 살아내느라고 나뭇잎 하나 달랑 달고는 살려내느라 온갖 애를 쓰는 모습을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아있던 물병의 물을 부어주고 잘 살아내라고 격려의 말을 하고 돌아섰다

누구든 그 삶이 힘들 때에 그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마음이 따뜻할까 그리고 또 얼마나 힘이 날까 하지만 그래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보면 지난날의 어렵고 힘들었던 나의 그런 때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사람이나 생명체들은 살아가면서 일반적으로 누구나가 다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곁에 누가 있어주느냐에 따라 고통의 정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말로라도 격려를 하는 편이다 그러고 싶다 격려의 말에 힘이 나서 다시 일어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보시란 깨달음을 얻은 수행의 결과를 세상의 유정물과 나누는 것이다 이 보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재물을 나누는 재시, 중생이 진리를 구하러 오거든 자기가 아는 대로 좋은 방편을 써서 이야기해는 법시, 어떤 사람을 공포와 위험에서 구하고 평화를 내어주는 무외시, 굶주린 지에게 음식을 베푸는 음식 시 가난한 이에게 재물을 나누는 진보시, 정법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신명시로 나눈다 그밖에도 팔종시가 있는데 이는 수지시 포외시 보은시 구보시 요명시 위장엄심등시 등이 그것이다

가진 것이 없다고 나눌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채칠시라고 하여 불교에서는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을 지어주는 화안시 상대를 배려하고 따뜻한 말로 이야기하는 언사시 착하고 어진 마음의 심시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의 안시 몸으로 베푸는 신시 지친이에게 편안한 자리를 내어주는 상좌시 숙소를 제공하는 방사시 등이 그것이다 가진 것이 없다고 보시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그 의미를 새기며 가진 것 안에서 그렇게나마 살

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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