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마을 회화나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 『어서와 봄날』



주례마을 회화나무



재개발로 강제 이송된 500살 주례동 회화나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온몸에 불이 붙자

몸통 반은 잘려 나가고 목숨만 겨우 붙어

갈라지고 그을리고 부러진 몰골로 살아 돌아온 몸


한때는 신성하다

술 밥 과실 앞에 놓고 제 지내며 귀하게 대접하더니

이제는 죽일까 살릴까 애물단지 취급하며

이리 저리 쫒더니 또 다른 곳에 뿌리 내리라니


“처량타 이내 신세 타령만 할 뿐이랴“


살 길 죽을 길 오락가락 내 몸과 마음 니들이 알기나 하나



주례마을 주변에 있던 노거수에 관한 슬픈 기사를 읽었다

낙동강주변 야생초 탐사는 꽤 오랜 세월을 해 왔다. 맨 처음 시작은 어떤 사회 단체에서 주선한 동아리였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부로 모시던 분은 나이는 얼마 안되었지만 도사님처럼 하얀 수염을 기르고 수업 자체도 설익은 날 것으로 진행되었다. 꽤 오랜 기간을 다양한 야생초에 관해 알려주었다. 주로 식용식물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먹을것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후, 틈틈이 혼자 야생초 탐사를 한 적도 있고, 주로 옥시인과 함께 하거나 또 때에 따라서는 대학친구 혹은 사회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만난 여러 친구들과 함께 했다. 생각해 보면 족히 이십년은 지난 일이다

일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충분히 또 넉넉히 특정 분야 야생화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나름 숲에 들어가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활동이 제한적이라 풀이나 열매는 대체로 많이 봐 왔고, 잘 알지만 겨울이 되어 잎이 다 떨어진 나무나 버섯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잘 구분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없다

나무를 구분하는 것은 물론 잎 열매로는 비교적 가능하다 하지만 나무는 그렇게 구분하거나 주로 줄기의 겉껍질 형태로 구분한다 사람의 지문이 다른 동물의 지문과 다른 것처럼 나무의 줄기는 성체가 되면 정말 다르다 같은 종일 경우는 비교적 비슷한 형태를 띠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식물체 중에서 커다란 당산목같은 멋진 노거수를 사랑한다 물론 내 전생의 꽃인 난초나 연꽃류도 좋아한다 한때는 부산 경남 낙동강 일대의 노거수를 찾아서 일일이 사진으로 남긴 적도 있었다. 노거수처럼 비바람에 그덕없이 의연한 자태로 그렇거니 그렇거니 하면서 한 세상 그렇게 멋지게 잘 살아내고 싶다. 여전히 오래된 나무를 만나면 경외감을 낀다. 잘 관리된 장소의 오래된 나무보다는 대체로 방치된 노거수에 더 마음이 간다

낙동강가에 남았던 노거수들이 짤려 뿌리를 다 드러내고 나동그라진 모습을 보는 일은 참 마음이 아팠다. 낙동강 주변에 그런 나무들이 많았다. 비교적 오랜 세월 농사를 짓고 살던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유실수도 그랬다.

정말 낙동강 개발로 파 뒤집혀진 강가에서 오래된 포도나무를 본 적이 있다. 대체로 포도나무의 20-50년 수명이라지만 이것은 농원에서 수형을 잡아 기른 경우이고 내가 본 포도나무는 족히 백년은 된 것 같았다. 이 포도나무가 잘려나간 것을 보면서 나는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요즘 그곳을 지나가면 옛 것들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잔디밭이 잘 깔려 있다. 봄이면 지천인 유채꽃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잘 성형된 모습처럼. 나는 날 것의 갈대숲을 버리고 유채꽃으로 뒤덮어 버린 낙동강 길대숲이 그립다 그리고 그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주례동에 살던 노거수가 이리저리 쫒겨다니는 기사 속의 모습을 보면서 슬펐다

차라리 오래된 나무를 저 강변 갈대들은 그대로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모든 것이 그 자리에 놓인 채로 제구실을 하도록 제 역할을 하도록 그냥 그렇게 늙어 가도록 두면 안되는 것이었나.


사상구 주례2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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