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어서와 봄날』
지진
서로 다른 일상을 살면서
서로가 서로의 길을 흔들며
평온을 꿈꾼다
생존. 그 길 위에 혼자 선
한없이 가벼운 나는
작은 생의 지진 앞에서
더 자주 더 심하게 더 먼저 흔들렸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지진을 경험한다 2017년 포항 지진이 날 무렵 포항 경주를 코스로 하는 여행을 잡아둔 적이 있었다 미리 잘 곳을 잡아둔 터라 취소가 되지 않고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도 해서 원전 관련 일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하니 원전 끄떡없다면서 잘 다녀오라고 했다
걱정 반 근심 반으로 경우를 향했다 이미 지진이 한번 일어난 터라 여진을 걱정하면서 이런저런 관람을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여진이 일어났다 부산보다 가까워서인지 훨씬 심하게 반 전체가 흔들렸다 아예 방 전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체감했다 빠져나가야 할지 말지 망설이는 동안 지진은 멈췄고 약한 여진이 몇 번을 계속됐다
예민한 탓에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지진을 먼저 느끼기도 하고 뭔가 매캐한 냄새도 올라왔다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고 돌아오니 지진은 진정되어 있었다
하고많은 날들을 두고 하필 지진이 일어난 시점에서 동애 안 일대 여행을 계획했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그 친구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여행을 강행했던 무지함에 한 번씩은 몸이 떨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사람 말을 쉽게 믿고 갔을까 싶다 지진 트라우마가 생겨 한동안 조금만 이상하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고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기도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지진에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인생 전반에 일어난 생애 지진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 생애의 지진과 여진을 생각하면서 그 일들로 여전히 흔들리는 존재감이 없는 나의 삶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어떤 지진 트라우마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