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불두화

by 김지숙 작가의 집



불두화




비바람 거세게 내려치는 봄날

바닷가 불두화는 보살춤을 춘다.


포항 해맞이공원 그늘진 땅

벌 나비 오지 않는 곳

꽃 피고 열매 없어 속 정 없는 무성화


다음 카페 베풀 선 고깃집

화병 속 축 늘어진 헛꽃

휘날리는 밥티꽃


진리를 찾는 동자승이 흘리는

순결한 눈물

초립동이 한자리에 모여

그리움 하얗게 흘려보낸다



해맞이 공원에서 느닷없이 불두화를 만났다 한두 그루가 아니라 떼로 만났다 마침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자 꽃송이들이 흔들리며 마치 머리를 돌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무성화 부분만을 취해 개량한 꽃이다 그래서인지 불두화는 열매 없이 꽃만 무성하다 절간 공원 등지에서 자주 보이는 이 꽃은 초파일을 전후해서 핀다 마찬가지 원리로 산수국을 무성화 부분만을 개량해서 피운 꽃이 수국이다 또 라스덜꿩나무의 무성화 부분만을 가져와 개량한 꽃이 설구화이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무성화를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우연한 변종이었을 수도 있고 근래에는 의도적 개량임에 틀림없다 개량의 조화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수국 불두화 설구화가 열매를 맺지 않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화려한 꽃모양에만 눈이 가 있다 그러니 그런 별종들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열매가 없으니 씨앗이 없어 번식할 수 없으니 꺾꽂이를 통해 번식한다

백당나무의 변종인 이 불두화는 사발을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사발꽃이라고도 하고 부처님의 두상을 닮았다고 하고 그 혜안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 불두화이다 또한 무성화라 벌어 나비가 찾지 않기에에 속세와 연을 끊고 면벽 성불하는데 제격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막 피기 시작한 불두화를 보면 동자승의 두상과 막 어른이 된 서툰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달빛만큼 서늘한 빛을 내지만 그 속에 그리움도 사랑도 모두 묻어난다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슬픔이 물밀듯이 밀려와 흐느끼는 모습 같기도 하고 순결한 마음을 지닌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까까머리를 닮기도 했다

꽃이든 사물이든 그 무엇이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그 대상에 담긴다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바라보면 슬픈 것이 있다 불두화는 알면 알수록 슬프고 맹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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