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佛, 허허 노거수
백두대간 끝자락 금암대 오르는 길.
상처 난무한 저 나무.
분명 몇 번이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으리.
바람도 태양도 비도 속절없을 때.
오가는 사람들은 속 모르고 손가락질했으리.
얼음 골짜기에서 사투하며 밤낮으로 쏟아내는 신음 소리
다들 귓등으로 흘렸으리.
부들부들 기름 좌르르 흐르는 저 초록들
액정 속 노고단 등산객들 바람이 좋아 태양이 좋아 비가 좋아
막춤을 막 춰댈 때.
저 홀로 죽음에 기운 듯 삶에 가까운 듯,
생사의 부대낌으로 쇠잔한 저 나무.
천둥번개 직격으로 때리는 벼랑 끝에 서서
내내 피눈물 흘렸으리.
메마른 가지마다 새 삶을 준비하고,
심연에서 퍼 올린 황금빛 물줄기로 여린 생명
단디 단디 잘 길렀다.
무산소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라인 홀트 메스너,
극강 의지는 저 나무에게서 배웠을까.
허허 佛, 허허 노거수
지리산 노고단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 가면 다른 나무들과 달리 잎과 가지를 다 잃고 마치 도를 통한 사람처럼 푸른 숲 가운데 홀로 바짝 마른 그곳에 나무 등걸로 서 있다 산에 가면 그런 나무들을 더러 만난다
얼마 전에 벼락을 맞았는지 혹은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몰골이 말이 아닌 채로 수행자의 모습으로 겨우 버티고 서 있다 그런 나무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었는데 무슨 날 벼락이냐는 말이 딱 맞들어 맞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죽지 않고 살아있다 아랫도리에 푸른 새잎을 드러내고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 줄 게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저 힘내라는 말을 하고 다시 길을 갈 뿐이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다 돌아보면 사람들은 사는데 얼마나 허덕이는지 모른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너덜너덜 힘든지도 모른 채 사는데 급급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하지만 좋은 시대를 좋은 운을 타고난다면 그럴 확률은 낮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이 좋은 것이 훨씬 더 많은 확률로 삶을 좌우한다고 믿고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운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닌 '운칠기삼'이라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노력이 99가 될 수도 운이 99가 될 수도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아야 된다는 점이다 살아있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의미가 없고 할 말이 없다 살아남아야 기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 것 극강의 생존의지 그것이 때에 따라서는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죽은 듯 살아남은 저 나무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