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by 김지숙 작가의 집






오일장 엿장수 가위질 소리처럼

툇마루를 깨우는 까치 울음소리


한여름 아침잠이 깬

주섬주섬 붉은 옷 챙겨 입은 햇살이


디딤돌 위에 신발 고이 벗어두고

안방까지 긴 얼굴을 들이밀자


아랫집 막둥이 순이는

마지못해 잠을 깬다



어릴 적 살던 집 아래채에는 늦둥이 순이가 태어났다 터울이 커서 순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을 독차지했다 사실은 코가 옆으로 펑퍼짐해서 예쁜 얼굴을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코가 퍼졌다고 하면 뽀얀 얼굴에 두 손가락을 콧구멍 안으로 넣어 코를 말아 올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제법 자라 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도 코펑펑이라는 말은 어른들은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 아이의 코가 펑펑한지 아닌지 우리들은 모르고 자랐을지도 모른다 지금 아예 소식이 끊겨 그 아이의 소식이나 그 집의 소식은 들을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코펑펑이라는 말은 그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거나 아니면 코 수술을 하여 날렵한 콧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늦둥이라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코펑펑이도 나쁜 듯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늘 밝게 웃으며 자랐기에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아이라서 펑펑이 그대로 쾌활하게 잘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난히 늦잠이 많았던 그 아이를 깨우는 일은 학교를 가면서였고 학교에 가지 전에는 늘 그 아이는 우리가 학교 가는 길에 그 집을 들여다봐도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학교에 다닐 무렵 언제나 몇 번이고 이름을 불러 그 아이를 깨우는 소리를 듣곤 했다 끈질기게 감은 두 눈은 해가 떠오르고 지각을 면할 즈음에야 비로소 두 눈을 비비며 겨우 뜨고 학교로 갈 준비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고학년이 된 우리들은 첫 입학하는 그 아이의 손을 서로 잡고 가려고 그 집 마당에 서서 그 아이를 기다리곤 했다

귀여운 뽀얀 얼굴의 코펑펑이 그 아이는 여전히 깔깔대면 지금 어디에서 잘 살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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