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흉내내며 그려보고
흉내내며 둥둥 떠 돈다
살아있어 그리운,
너는 오색풍선 같아라
허공에 집을 지은 구름은 아무리 넓어도 아무리 좁아도 마음쓰지 않는다 바람을 만나면 바람과 친구하고 비를 만나면 비와 한몸이 되고 흔들리는 나무도 산그림자도 웃으며 다가가고 떠나간다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기억하지 말라고 그냥 흔들리며 흘러간다 때로는 산을 넘고 때로는 개울건너 바다를 만나는 구름은 낮게도 높게도 살아봐서 사는 이치를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구름을 좋아한다
작은 산을 지날 때에는 몸을 낮추고 높은 산을 넘을 때는 위풍도 당당하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기죽지 않고 바다가 아무리 넓어도 얼굴 마주치며 지나간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져서 형체도 변하고 무게도 알 수 없지만 그냥 이름은 다 구름이다 나뭇가지 위를 지나거나 산위에서 불거나 바다에서 불거나 눈 위에서 불거나 강에서 불거 상관없이 바람인 것처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두 발이 구름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푹푹 빠지기도 하는 기분은 어떨까 분명 눈위를 걷는 기분과는 다를 것이고 눈의 무게보다 더 가벼울 것이지만 왠지 많은 눈이 내려 푹푹 빠지면서 걸으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구름은 허공을 친구삼아 데리고 다닌다 홀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도 구름의 친구는 많다 바람도 별도 달도 해도 허공도 비도 눈도 모두 구름의 친구이다
구름이 더러운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아직은 세상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일까 오색구름을 보는 날은 정말 행복하다 왠지 지진이 날 것 같은 구름은 불안하다 구름을 보면 그 모양만큼이나 그 느낌들이 많이 다르다 뭉게 구름은 잃어버린 고향이 주는 안도감을 갖게 한다 헤세처럼 나도 저구름의 마음을 알 수 없으나 떠도는 저구름을 사랑하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