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채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채운




화창한 봄날

얌전한 앞집 순이는

옥양목 치마저고리 빨아서

가지런히 널어두었네

해 들자 색동치마저고리

슬쩍 차려입은 구름



푸른 하늘 구름을 일없이 바라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많은 구름 중에서도 나는 수평선 위에서 처음 생겨난 구름과 채운을 좋아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도 뭉게구름처럼 부드러우면 얼마나 좋을까 내 삶 또한 뭉친 곳 없이 부드럽게 풀려 돌면 얼마나 좋을까 별별 생각을 하곤 한다

어느 날 흰 구름을 보면서 어릴 적 순이를 떠올렸다 순박하고 가난한 순이의 집 앞 빨랫줄에 걸린 정갈하고 하얀 옷들을 생각하면서 그 옷들이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름과 바람과 물은 가는 길이 서로 각각 다르지만 서로의 길을 방해하지 않는다 누구도 상관하지 않고 각자 제길을 가지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그렇지가 않다 제 가는 길과 다르거나 앞길에 걸리적거리면 그냥 두지 않는 사람이 많다

때로는 산봉우리에 머물고 때로는 바다에 머물고 때로는 강에 머물기도 하지만 사람이 그리우면 구름은 살며시 옷을 바꾸어 입고는 사람의 마음에 머문다 그때 구름은 물소리를 내거나 빗소리를 내거나 바람소리를 내거나 소리 없이 눈이 되거나 하면서 사람들이 잘 사는지 다가와서는 가만히 보기도 한다

너무 바빠 쉴 틈이 없는 사람은 폭설로 발길을 묶어 쉬게 하고 슬픔이 많은 사람에게는 폭우로 다가와 함께 울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구름과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하고 언젠가는 저들도 구름으로 돌아가도록 길을 열어 놓는다

구름은 때로는 천둥번개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고 우박을 내려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 밥이 되고 꿈이 되고 배가 되고 예술가들의 날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구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신생의 구름을 더군다나 채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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