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이가 들면
저절로 사람이 된다
가까이 다가서서 봐도
떨어져서 봐서도
걸걸한 목소리 다소곳한 걸음걸이
도무지 알 수 없다면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냥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그냥 사람이 된다
오랜 친구를 멀리 만났다 처음에는 낯선 남자인 줄 알았다 머리칼이 하얗고 커트를 치고 키가 커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남자였다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오지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당황스러웠다 셔츠를 입고 청바지를 업어 영락없는 준수한 중년 남자로 보고 그러려니 지나치는데 아는 체를 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당연 모르는 남자인 줄 알았다가 순간 아는 여자로 다가온 것을 적응하려니 당혹스러웠다
또 한 번은 오랜 인연으로 아는 사람을 여자로 오인한 적도 있다 물론 치마를 입지는 않았지만 다소곳하게 조용조용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여인이었다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는데, 약속 장소 가까이 와서 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남녀 구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이가 들수록 옷을 더욱 여성스럽게 더욱 남성스럽게 입어준다면 구분이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가시거리밖에 서는 도무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그냥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도 남자도 떠나서 그냥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