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맞추기
멀어져 간 시간들 속에
추억이 없으면 기억도 없다
기억을 잃으면 추억은 사라진다
만난 지 50년을 훌쩍 넘어
불쑥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아는데 저는 모른다고 한다
오래된 책갈피에서 꺼낸
어린 시절 추억 하나 펼쳐들고
끝내 기억나지 않는 이름 앞에서
기억의 조각 맞추기를 한다
긴 세상 등불처럼 간직한 추억을
너는 대체 어디로 보내버린 거야
기억에 없는 추억을 흔드는 밤이 깊다
참 멀리 온 것 같다 어린 시절 동무를 우연히 찾았다 아니 정말 찾고 싶은 친구를 찾다가 그 친구는 찾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을 찾았다 추억은 빠른 속도로 노화되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옛날 생각이 어제 일만큼 훤하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면서 새로운 친구의 이름을 찾게 되고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관계들 속에서 기억은 고목에서 새순이 돋는 것처럼 새록새록 피어난다
기억하는 자리마다 추억은 고구마 덩어리처럼 묶여 올라오고 그 자리에서 멈출 줄 모른다 수천 번의 꽃들이 피고 지는 동안 잠잠하다가 웬일이야 뜬금없다 말하는 동무는 아무도 없다 반갑다 반갑다 누구나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사소한 기억들이 모여 추억의 강이 되고 점점 오래된 삶으로 자신의 생의 껍질을 만들어 간다 사람마다 앞앞의 기억과 추억이 꽤 달랐고 꽤 닮아 있었다 추억을 빗장을 덜컥 여는 순간 과거의 추억들을 저편으로 희뿌연 모습으로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단단하고 건강하게 남은 추억은 색깔도 무게도 형체도 냄새도 없는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새로운 기억을 밀어올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잘 살아왔는지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침묵 속에서 돌아보면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고 한번 먼 길 떠난 사람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생각하면 마음 아픈 일들이 너무 많아 되짚지 않으려고 애를 쓴 세월이 길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들을 뒤돌아보면서 후회하지 않아야 하고 떠나보낸 사람을 되새기면서 마음 아프지 않아야 한다 그러고 싶다 그럴 시간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언제나 추억으로 남아도 좋은 말들과 일들과 생각들을 마음의 골짝 골짝에 남기면서 살아야 한다 다가오는 삶들 따뜻하고 순하게 살아내야 한다 잘 살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