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흰 알갱이들이 쏟아진다

소복소복 쌓이는가 싶더니

세상이 하얀 이불을 덮었다


걷다가 뒤돌아 보고

걷다가 또 뒤돌아 본다

발자국도 덮어버리는

하얀 길 위에 새소리도 사라진다

새가 제 집을 찾아 드는 것은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매 한가지이다


하늘이 뿌옇게 휘날리는 눈

꽃비처럼 몽실몽실내리다가

소금비처럼 또르륵 쌓이다가

소낙비처럼 주르륵 내리는 눈

내려 앉은 자리마다 시를 쓴다




눈이 내릴 때는 막무가내로 좋다. 하지만 자꾸만 눈이 쌓이고 또 쌓이면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차를 어떻게 움직이지 또 땅이 얼면 어쩌지 계단에 쌓인 눈을 피해 어떻게 오르내리지 오르내릴 때 미끄러지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밀려 들면서 눈을 편안하게 반긴 적은 그저 잠시 한 순간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왜 그렇게 아직도 삶의 여유가 없는걸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큼 여유를 부려도 좋을 시간에 놓여 있으면서 또 충분히 그래도 좋을 공간에 살고 있는데, 왜 스스로를 다그치듯 눈에 대한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걸까 눈이 주는 평화로움과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걸까 너무 깊이 앞서 나가는 버릇은 여전히 못 고치는걸까

눈은 그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이다 여기고 그 축복을 받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눈 내리는 상황을 즐기면 되는데, 눈을 밟는 소리를 즐기면 되는데, 불안한 듯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되돌아가는 길을 염려하는 것은 또 무슨 염려증이 발동한 것일까

눈이 내리면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이 녹으며 비가 된다는 것을 새들은 이미 잘 알고 대처하는 것이리라 눈이 그치는 순간 새들도 날아다닌다 신기하다 그게 새들의 나름 생존비법이겠지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눈은 어떻게 내린다고 해야 할까 눈이 내리는 지금 눈 앞에 내리는 저 눈의 소리를 어떻게 말할까 밟으면 뽀드득 하는 소리가 나지만 내리는 소리는 어떻게 말할까 빗소리는 다양하게 들리지만 눈은 내리는 소리보다는 내리는 모양으로 표현하기가 더 적절하다

소리가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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