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오랜 시간 덥석 건너서 다시 만나도

멀고 먼 곳에서 건너온 목소리 하나로

언제나 다정한 그리움들이 출렁인다


보고 싶은 마음 활짝 펴서

옆에 없어도 곁에 있는 듯

침묵으로 깊어간 세월도 아랑곳없이

다른 길을 오래 걸었어도 한결같이


좋은 일 궂은 일 다 꺼내놓고

사소함으로 울고 웃던 그 어린 날들

어떤 부끄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서로 마음 속에서 쉼없이 자라는 별



바쁘게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정말 오랫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 지나고 보면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보고 싶다 친구야' 이 한마디에 녹아있는 말로 모든 시간과 세월을 건너온 그리움들이 한순간에 거리를 당긴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지구촌 어디에 있건 살아 있으면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다 한때 친했던 친구는 세월이 흘러도 헤어졌던 그 순간부터 다시 어어진다 다들 그랬다 하지만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들은 가끔 그러지 않기도 했다 여러 친구들 중에서 유독 가까웠던 친구는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러도 영원히 그 마음자리가 원위치로 돌아간다

추억이 있어서일까 보낸 시간만큼일까 반가운 소식처럼 날아든 오래된 친구의 다정한 목소리 앞에서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확인하는 순간만큼 안심이 되는 때가 또 있을까 허물없는 마음으로 힘이 되고 어려울 때에 등을 토닥이는 내 그림자를 닮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어두운 길을 좀 더 멀리 갈 수 있고 훤한 길을 즐겁게 갈 수 있게 한다

언제나 외로울 때에 제일 먼저 달려와 언덕이 되어주는 친구 쉬어가라고 맛있는 것을 보내주는 친구 쉬어가라고 말없이 잠자리를 내어주는 친구 좋은 거라며 아껴둔 귀한 것을 쉽게 다 내어주는 친구가 있어 사는 일은 외롭지 않다


추운 날이라고 생각이 들 고 외롭다는 마음이 들 때 문득 전화를 하면

<왜 그래 어디야 우리 만날까>

내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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