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자연인의 일상
창밖의 소나무들이 흔들리면
바람이 부나 보다
창문에 물방울들이 부딪치면
소낙비 오나 보다
빳빳하게 각을 세운 햇살에
눈부시면 아침인가 보다
벌겋게 달아오른 노을보면
환한 얼굴로 하루가 떠나가나 보다
오늘도 나 그렇게 살고 있어
자연이 가까울수록 일상은 특별한 일이 없이 반복된다 그 자리에 두지 않아도 가만히 제자리에서 자신을 알리는 것이 자연이다 숨지도 않고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채 제자리에서 나무도 새들도 꽃들도 풀들도 짐승들도 모두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자연 앞에 서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온종일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바다와 소나무 숲 바람과 빛과 오징어잡이배들이 밤하늘 별처럼 반짝인다 그들이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듯 보인다
조금씩 다가가도 여전히 거리가 있는 자연이지만 저들은 숲에서 저들끼리 옹기종기 서로를 품으며 살아간다 어린 고라니에게 새순을 내어주는 넉넉한 품을 보면 풀 꽃 나무 새 짐승들은 서로 잘 어우러져 살아간다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그런걸까 바람 햇살 나무 벌 나비 새 별 달 해 들은 각자 자신의 언어로 자신만의 시를 쓰고 있다
나도 자연을 닮아가는지 달을 보면 달의 마음을 해를 보면 해의 마음을 별 나무 새 들을 보면 그들의 마음을 닮아간다 꽃들의 속삭임도 들리고 나무가 비바람에 힘들어하는 모습도 눈을 얹은 감나무 가지가 찢어진 채 바닥에서 누워 앓는 소리도 들린다
죽은 듯 싶더니 어느새 푸른 잎 붉은 열매를 너무 많이 달아 나무가 부러질까 염려되기도 하고 일순간 피고 지는 꽃들의 열정을 본받기도 하고 바람의 속삭임 다정한 새소리 묵묵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상절리의 위용에 잠시 고개 숙이기도 한다
때가 되면 피었다가 지는 꽃처럼 때가 되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새처럼 부르지 않아도 곁에 와서 야옹대는 고양이처럼 자연 속에서 시간은 그저 물처럼 바람처럼 자신의 시간을 지키며 흘러간다 바라보지 않아도 저절로 꽃은 피고 달래지 않아도 풀벌레는 저절로 울음을 그친다 바람은 잠시 머물다가 어느새 미련 없이 떠나가고 말없이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
나무는 숲을 닮고 숲은 바다를 바다는 하늘을 하늘은 다시 나무를 닮아 있다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닮은 자연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사람 사이도 오래되면 서로를 닮아가고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 말하지 않아도 다 알듯이 사람사이도 자연을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