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첫눈, 대설주의보 대대설주의보설주의보
깜빡 잊을 뻔했다
숭숭 뚫린 가슴에
첫눈이 내리는 날
속절없이 내리기만 하더니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훅 떠나가 버린 새처럼
손꼽아 기다리던 그 날
먼 곳으로 한 발짝 두 발짝
멀어져 간 첫눈 닮은 순이
첫눈이 내리면 소원을 빈다 살아오면서 늘 그랬다 첫눈을 맞으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해서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일없이 거리로 나가 첫눈을 맞으며 맘속으로 소원을 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눈은 땅에 닿으면 땅으로 스며들어 땅이 되고 나뭇가지에 앉으면 나뭇가지에 스며 들어 나뭇가지가 된다
눈이 내리는 날은 구름은 사라진다 눈이 구름이 된 건지 구름이 눈이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눈이 내리는 날은 바람에 흩날리거나 부서져야 하는데 눈이 내리는 날은 대체로 바람이 잘 불지는 않는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어느새 나이를 잊어버린다 늘 그랬다 송이송이 내리는 눈을 보면서 눈과 함께 생각나는 기억들을 떠올린다 가슴 떨리던 기억부터 철없이 돌아다니던 뼛속까지 스며든 추억들까지 처음부터 생각나는 끝가지 되새김질한다
첫눈만큼 설레게 하는 것은 드물다 해마다 첫눈이 내려도 늘 첫눈은 처음 맞는 것처럼 신선하고 상큼하다 처음 맞는 눈처럼 처음 만난 아이처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처음 본 풍경처럼 처음 잡아본 손처럼 처음 안아 본 가슴처럼 첫눈을 맞으면 언제나 맑고 포근하여 깨고 싶지 않은 꿈속을 걷는 느낌이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첫눈 같은 사람 첫눈 같은 소식 첫눈 닮은 마음 새하얀 맑은 침묵들이 생각나는 날이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