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만남
그냥 지나쳤어
늘 다른 얼굴로 스쳐
알아보지 못했어
하지만 오늘은
주릅없이 너를 만났어
낯익은 꽃을 본 듯
문득 눈앞을 스치는 익숙한
향기 웃음소리 말소리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빛나는 너를 만나고
바람처럼 헤어지면서
풀씨만 한 마음은 자라
어느새 고목이 되었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만날수록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번 만나고 나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몇 번을 만나면 그제야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 오래가는 진실한 만남이 있는가 하면 몇 번 만나지 않고도 깊은 속내를 드러내어 진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장소 안에서 수많은 인연으로 만나고 헤어진다
정채봉 시에서는 가장 잘못된 만남을 생선과 같은 만남이라고 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온다고 하고 가장 조심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라 하여 금방 환호하다가 금방 시들어버리는 만남이며 가장 아름다운 만남을 손수건 같은 만남이라 했다 기쁠 때에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에 눈물을 닦아주는 만남을 들었다
과연 세상을 살아가면서 손수건처럼 남의 슬픔을 닦아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가 내 아픈 마음에 위로를 보내고 상처를 닦아주는 그런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나는 어떤가 나는 아픈 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가 위로를 한 적은 얼마나 되었던가
세상에 놓인 수많은 길을 걸어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을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또 어떤가
흘러간 인연은 그냥 그대로 두고 다가오는 인연에 두 눈 부릅뜨고 감사하고 기뻐하고 즐거워 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나누고 묵묵히 그냥 행복할 일이다 좋은 만남이란 세월이라는 인생의 시간 속에서 숲을 이루고 들판을 나누는 오래된 나무로 자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