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1월




처음 피는 꽃처럼

아직 피어보지 못한 꽃망울처럼

먼 길을 돌아 빛을 찾아든

첫 사랑처럼



한 자락 온기에 온 몸이 녹고

한마디 말에 불끈 힘을 내는

처음 알던 사랑처럼



1월은 언제나 허물을 벗고

해마다 이맘이면 살아난다



1월은 하얀 눈과 어울린다 순박한 영혼이 생각난다 가지 끝에 앉은 겨울 새의 접은 날개가 보인다 아직 맺지 않은 꽃 몽우리들이 가지 끝에 서서 바람을 만나는 발돋움을 하고 해가 뜨면 조용히 침묵하는 소리를 듣는다

덕담이 온통 오가는 시간 앞에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무감각한 의미들을 인내하며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혹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들을 한다 내어 주어야 하는 꿈과 꾸어야 하는 꿈의 무게가 균형을 잃어 가는 시점에서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허물을 벗어던진다

세월은 나이만큼의 속도로 나아가고 그 속도를 때로는 잡을 수 없을 만큼 시간은 더 바쁘게 사라진다 새의 부리 끝에서 움직이는 햇살은 반짝이며 꽃을 피우고 1월의 가벼운 해는 더 가볍게 하루를 보내 버린다

침묵이 침묵의 말들을 알아듣는 동안은 침묵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침묵하지 않는 1월의 바람이 암호처럼 불어와서는 숲을 깨우고 침묵 속에 쓰러지면서 침묵은 더 이상 침묵해야 할 이유를 잃었다 1월의 따스함이 그렇다. 가슴이 식었다고 1월이 따스할 필요가 있을까 봄이 아직 멀었는데, 1월이 봄을 데려와야 할지 고민해야 할까 1월이 너무 따뜻하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2023년 1월의 해빙은 어디쯤에서부터 시작될까 얼마나 부드러운 눈빛으로 다가갈까 얼마나 해맑은 미소로 손 내밀까 하얀 이마를 한 1월의 산들은 눈이 부시다 눈이 부시다 못해 창백하다 종일 내민 얼굴에 바람이 덥석 찬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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