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여행




때로는 낯선 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아는 얼굴이 아무도 없는 길을 걸으며

기약 없는 만남을 되뇔 때가 있다



처음 보는 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낯선 음악을 듣고 낯선 말을 하고

낯선 손짓을 한다



때로는 낯선 길에 서서

낯익은 사람을 찾을 때가 있다

없는 줄 알면서 같은 옷 닮은 머리

비슷한 키를 맞추면서

만나지 못하고 떠나온 시간 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곤 한다




여행을 떠나기를 즐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행이란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것들에 들러싸여 지내면서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곤 했다 하지만 여행이란 꼭 외부로 향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면을 향하기도 하고 늘 지내던 곳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위해 있을 수도 있다

늘 걷던 길을 반대 방향으로 걷거나 다른 시간에 걷거나 다른 사람과 동행하여 걷는 것도 다른 느낌을 가져다 준다 낯설게 바라보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기존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그 시작이 아마도 시쓰기의 시작과 유사할 것 같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새로운 것을 만난다 아니 모든 것이 새롭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기도 하고 이전의 것들이 없어서 아쉬운 점도 한둘이 아니다 누구를 만나기도 하고 아무와도 말을 섞지 못하기도 한다

때로는 혼자서 묵묵히 추억과 만나기도 하고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여행을 한다 민들레를 만나면 민들레와 친구가 되고 버스를 타면 버스 속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기도 하고 글을 읽기도 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아무런 의미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다가 정작 내려야 할 곳을 놓치고 다시 떠나는 그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은 편도 여행이다 경유지와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고 내려야 할 곳에 제대로 잘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의도치 않게 오늘의 삶이 달라지고 생의 목적지가 달라지고 정작 가야할 곳에 가보지도 못하고 예기치 않는 종착지에 도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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