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소금
짠맛도 깊이 뿌리를 내리면
힘이 된다
아프고 힘든 일 앞에 묻어둔
짠맛이 간간히 되살아나는 날
억장이 수백 번 무너지고
그 견디기 힘든 날들이
모양도 이름도 다 버리고
가슴 밑바닥에 하얗게 남아있다가
불볕더위에 가만히 다시 살아나
오래 품었던 바다를 한 줌 꺼내
아프고 힘든 삶들을 위로한다
소금은 그냥 먹으면 한없이 짜다 하지만 다른 것들과 어울리면 간이 맛이 맛을 더한다 지독하게 인생의 짠맛을 아는 사람들은 많은 아픔에 적당히 견디는 힘이 있다 당장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도 내면에 있는 짠맛들이 올라와 간을 맞춘다
사는 일은 언제나 짠맛이 빠지면 이상하리만치 늘 손 잡히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짠맛도 뿌리를 내리면 오히려 힘이 되고 내공이 된다
부처가 된 자들의 사리가 어미 된 자들의 사리가 내부에 만들어진 짠맛의 덩어리는 아닐까 눈부신 꽃이 되어본 적이 없는 자들의 가슴에 더 깊이 뿌리내린 짠맛을 꽃피어 본 자들은 잘 모른다 한 되가 들어 있는지 한 가마니가 들어있어 온몸이 소금인 자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삶을 맛을 제대로 뿜어내는 사람들은 눈빛을 보면 안다 많이 오래 아파본 사람들의 몸에는 소금냄새가 난다 바다를 늘 품고 살기 때문이다 뼈만 남은 사람들에게 소금은 더 잘 보인다 단맛을 사라지고 짠 맛만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금이 있어야 저장이 가능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짠맛으로 뿌리내린 사람이 사람의 품성을 지닌다 그래야 어지간한 상처를 입어도 스스로를 보고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슬픔은 눈물을 만들고 눈물이 마르면 소금이 남는다 힘들면 땀을 흘리고 땀이 마르면 소금이 남는다 그래서 짠맛을 오래 많이 지닌 사람에게는 짠맛이 힘이 된다
짠맛은 깊이 뿌리내릴수록 쓰리지만 더 아프지만 더 참고 더 깨어 있는 동안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볕이 좋은 날 만든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소금꽃이 된다 힘든 사람들의 삶에 간수가 잘 빠진 천일염처럼 감칠맛 내는 소금꽃 같은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