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마음




내 안에서 태어나

한 세월 내 몸 한가운데 앉아


동해파도처럼 출렁이다가

오래된 벽처럼 벗겨졌다가

10년 산 팽나무 한그루 키우다가

더 깊이 들어가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메아리이다가

금방 자취를 감추는 구름이다가

봉선화꽃 물들이다가

맑은 개울가에 핀 물봉선이다가


시간을 건너온 마음들이

내내 푸른 오월을 품고 산다



사람의 마음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남의 마음은 몰라도 자기 마음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마음도 모르고 자기 마음도 지키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마음을 반듯하게 먹고 살아가면 바른 세상을 만들기는 훨씬 쉬워진다

때로 사람의 마음은 캄캄한 세상에 빛이 되어 어둠을 몰아내기지만 사소한 일로도 한순간에 무너지고 스스로 캄캄한 밤을 데려와 내내 우울하기도 한다 또 더 사소한 일로 일순간에 마음이 맑아지면서 순식간에 어둠이 사라지니 사람의 마음은 참 변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마음 속에 작은 풀씨 하나를 묻어두면 언젠가는 싹이 트고 키가 자라 나무가 된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헤아릴수 없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마음에 무엇인가를 쉽게 묻어두면 안된다 묻어두면 어느 틈에 자라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에 나 있는 틈은 커야 한다 그래야 바람도 눈비도 구름도 꽃들도 자리를 가리지 않고 드나든다 마음의 문을 열면 벌판이 있고 따뜻한 햇살이 비춰야 한다 고독이라든가 적막이라든다 외로움이라든가의 감정도 다가왔다가 떠나가기도 하는 헐렁한 문 하나쯤은 있고 그 문은 반쯤 열려 있어야 한다

마운 감정도 사랑하는 감정도 원망하는 감정도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열고 살아가야 한다 마음이 바뀐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무엇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건강하고 굳건한 마음을 갖기에 노력해야하는 이유는 살아가는 힘이 바로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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