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꽃
어떤 애절함은 꽃이 된다
불꽃은 뜨거운 영혼에 닿아
눈꽃은 차가운 지성에 닿아
소금꽃은 배려에 닿아
비꽃은 슬픔에 닿아
얼음꽃은 배신에 닿아 꽃이 되고
물꽃은 그리움에 닿아
들꽃은 넓은 품에 닿아
허공꽃은 하늘에 닿아
막 핀 꽃은 어리석음에 닿아
이야기꽃은 웃음에 닿아 꽃이 되고
너는 내가슴에 내내 꽃이 된다
꽃이 핀다 이름을 불러주어도 부르지 않아도 꽃은 핀다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핀다 꽃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햇살을 받아 피는 꽃은 기도 없이 피어 눈부시다 꽃을 바라보면 외롭다거나 기다림이나 쓸쓸함 같은 단어들이 어느새 사라진다
꽃이 피는 것은 간절함의 절정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그 마음이 와 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꽃말을 짓고 대신 그 누군가가 만들어낸 꽃말을 대신 해 꽃을 보내기도 한다 꽃을 통해 어떤 마음을 어떤 사람을 본다면 마음이 오래 오래 따뜻할 것 같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피우기 위해 꽃이 얼마나 많은 힘을 쏟는 지 알고 있다 그래서 꽃이 진다고 해도 선뜻 내다 버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지는 꽃도 꽃이고 떨어진 꽃도 꽃이고 눈앞에서 사라졌다고는 하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꽃도 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죽기 직전 가장 정점에서 꽃을 피우는 난초나 최악의 생존상황에서 방울을을 다는 소나무나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는 본능을 보인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꽃 필까 아기들은 자신이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잘 키워달라는 의미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방싯거리며 웃고 혼인기에 든 사람들은 상대의 눈에 아름답기 위해 꽃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가 갈고 닦은 힘으로 세번째 자신이 바라는 바의 분야에서 인생의 꽃을 피운다
어느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두번째 세번째 꽃은 피우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돌아보면 자신이 적어도 한번은 누구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던 적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든 늘 꽃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한때 아름다운 꽃이었던 그 기억으로 잘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