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모두를 기억하는

가족사진 따뜻한 식탁

반가운 얼굴들이

꼭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


여름 내내 잎을 내던 꽃들이

무심한 마음을 담은 책들이

이제는 그만 자라도 좋을 나무는

비바람을 피해 이곳에 웅성댄다


방마다 걸려있는 순한 마음에

정갈한 평온이 함께 하고

웃음과 기쁨이 방패막 되어

세상을 여는 길을 내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힘이 되는

편안함이 여기저기 늘려 있다




집이란 모든 살아있는 자들의 천국이다 그래서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집이든 살고 싶은 집을 보면 기웃거리게 되고 그 집안을 들여다 보게 된다 특히 한옥의 경우는 담장이 높지 않아 조금만 용을 쓰면 그 집 마당이 보인다 그 집마당에 좋아하는 종류의 꽃이라도 보이면 더 깊이 그 집에 대해 알고 싶어 진다

요즘 지은 집들은 담장이 없거나 아주 특별한 경우들을 제하면 대부분 집 마당이 훤히 잘 보이는 적당한 창살로 만들어져 있다 높고 가려진 담장이 없는 집이 많다 그렇지만 그런 집의 경우도 안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트릭일 경우도 있다 <나 이렇게 잘 산다> <나는 이렇게 산다> 등등으로 말하는 것 같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집과 삶은 어떨까 내 삶이 온통 남의 시선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을 자신들이 각색한 삶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런 집에 들어가면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선 기분이고 그들의 어설픈 연기를 보게 되고 그 삶들이 주는 가식적인 부분을 애써 칭찬으로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그렇게 살다 보니 그것이 체화되거나 아니면 자신의 삶은 사라지고 혹은 순간순간 장소와 사람에 따라 그 모습들이 변하게 된다 집은 그 사람들을 가장 잘 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집에 가보면 그 집에서 빕이라도 먹어보면 좀 더 그 사람들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 가는지를 느끼게 된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지닌 맑고 깨끗한 향이 느껴지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절제 된 정갈함이 나타난다 천천히 내뱉는 말들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가 하면 속사포 같이 쏘어대는 말 날카로운 눈빛에서 그 일생을 읽게 된다

오랜만에 집에 왔다 여전히 변함없는 가족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곳이다 나무는 자신의 집으로 생각하고 잘 살고 있고 꽃은 꽃대로 자신의 집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고 책은 책대로 자신의 집으로 여긴다 나는 나의 집이라 여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내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평화가 여기 있다 자꾸만 나의 잣대로 입이 열린다 닫아야 한다 그래야 평화가 공존한다 집에 향기가 나는 것은 가족에게도 그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정갈하고 단아하고 심심한 듯 조용한 기운이 살아 숨 쉬는 것

집은 그냥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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