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정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인생여정





인생 여정이

낯설고 서툴고 어색한 건

어디건 첫 길이기 때문이다


침묵도 향기도 마음도 순수도

사는 일에 그냥 엉겨 붙어

앓기도 쉬기도 깨달으면서

단단한 알갱이는 따라오고

진잎들은 크고 작은 추억으로 남고

그저 묵묵히 떠나는 길


아직 만나지 못한 것

여태 누리지 못한 것을

산허리 커다란 나무 아래 풀고

반복하지 않는 시구절처럼


되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난다

생은 홀씨처럼 어디론가 날아가

그곳에 뿌리내리고 꽃피우고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낯선 길을 걷는 일

그렇게 사는 일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인데 사람들은 곧잘 여행을 떠나기를 바라고 또 그 여행을 즐긴다 낯선 이들 속에서 낯선 경험을 추구하며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많은 풍경들이 닫히고 열린 문들이 주는 생경함 속에서 낯선 음악과 낯선 얼굴에서 만나는 기대감에서 대체 무얼 꿈꾸는 것일까

여행은 얼떨결에 떠나기보다는 나름의 목표와 지점이 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여행은 잘 계획하더라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진실하더라도 상대가 모두 진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일순간 무너지기도 하고 그 고통으로 평생을 힘들어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늘 아프기도 하다 기대를 줄이고 꿈꾸기를 줄이면 덜 아프기도 하다

때로는 싫은 사람을 만나 싫은 음식 마지못해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애를 태우며 만나기를 소망하는 만남도 있고 친절하고 상냥한 진심인 사람과 입에 딱 맞는 음식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구름에 비 떨어질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어느 곳에서든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든 사람살이는 거기서 거기라고 사람도 거기서 거기라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 참 많은 차이를 갖고 살아간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생자필멸生者必 > 모든 만남에는 언젠가의 헤어짐이 있고 떠나 간 후에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얼마나 무서운 정리법인가 이는 법화경에 있는 말로 만남의 즐거움에 취해 있지 말며 반드시 헤어짐을 대비하고 있으라는 의미이다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고 좀 더 의연하게 생을 대처하며 마음의 평온과 고요를 대비라는 말이다

높은 자리에 올랐으면 내려갈 일을 대비하고 돈이 많으면 없을 때를 없으면 많이 가질 때를 생각하고 좋은 벗을 만났으면 헤어질 때를 헤어지면 또 좋은 벗을 만날 것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은 깊이 생각하는 것도 너무 생각없이 사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깊이있게 때로는 가볍게 떠나는 여행처럼 삶도 매순간 그렇게 살면 좋겠다 뜻하지 않게 많은 비를 만나도 뜻밖의 사람을 만나도 많은 부분에서 의연하게 대처한다면 사는 일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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