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처음
달력의 첫장을 보면서
처음 생기는 초승달을 보면서
첫출항 하는 배를 보면서
처음이라는 말을 쓰다듬는다
시간 너머의 시간들은
첫새벽 첫가지에 첫눈으로 내리고
첫낯이 아름다운 새색시에게
첫발을 뗀 아가에게
인생의 첫나들이는 쉽지 않다며
처음 나서는 길은 훤히 밝아온다
첫물차를 마시면 세상은 초록이다
처음이라는 말은 상큼하다 아니 신선하다 못해 하얀 색이다 첫눈이 그렇고 아가들의 세상을 향해 내민 첫발걸음이 그렇다
오랜 세월 땅 속에서 지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그렇고 장구벌레가 모기가 되어 날아다니며 바라보는 세상이 또한 그렇다
세상에는 수많은 처음이 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처음 해 보는 일이 있다 그 처음 앞에서는 모두가 조심스럽고 숙연할 수 밖에 없다 나이가 젊다면 실수를 해도 봐줄만 하지만 나이가 든 다음에는 아무리 처음이라도 처음일수 없고 처음이어서도 안된다 그 처음에 나이값을 더해야 한다 이유는 살아 온 만큼의 보고 들을 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연해야 한다
걷기도 뛰기도 넘어지기도 하면서 달려온 세상살이에서 여전히 처음인 게 있다는 것은 어찌 신선하지 않을수 있을까 아침마다 밝아오는 태양이 같은 모습인 듯 하지만 여전히 처음인 얼굴로 다가온다
시작한다는 말처럼 처음이라는 말도 자신 확신의 여부에 희비가 엇갈린다 언제나 신바람나는 처음도 있고 환하게 활기찬 걸음으로 내딛는 시작이 있다 처음은 눈속에 피는 얼레지처럼 푸른잔디 속의 민들레꽃처럼 꿈꾸게 하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