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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 꽃섶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만다라 꽃섶



매화나무 아래 자리를 깐다

처음 핀 꽃을 따서 차로 마신 밤

머릿속 가득 꽃망울들이

우두둑-뚝 눈물 흘리고

혹은 초록빛 틈새로 방싯 웃는다

소신공양한 매화꽃은

꿈에서 만다라를 그린다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참 간단하다 지인의 집에 매화꽃이 피었다고 놀러 오라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매화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물을 끓여서 다과상과 함께 내어 온 매화차를 마셨다 매화차를 마셔본 사람들이 누구나가 느끼는 건 아니라고 한다

매화차는 펄펄 끓는 물을 조금 식혀서 유리잔에 부은 다음 매화나무에서 덜 핀 꽃봉오리를 두세 알 넣어주면 된다 조금 지나면 매화향이 퍼지고 향으로 마시는 차이다 나의 경우, 청매가 가장 향이 좋았다

이런 매화향이 나는 꽃차를 너무 좋아해서 매화꽃 이 피었다는 화신이 오면 늘 바쁘다 그리고 여러 잔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몽롱한 느낌이 든다 잠시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서 만다라가 그려지고 기분 좋은 몽롱함이 찾아온다 매화차를 마실 때면 가끔 그랬다

같이 마시는 지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나만 그런가? 그런데 다른 친구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매화차를 마셔보면 매화향에 끌려 가끔 그럴 수 있다고들 한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해마다 첫 꽃이 피면 매화차를 마시려고 그 자리에서 만난다

답청보다 먼저 만나는 매화꽃차를 기다리는 내 마음이 떠나가는 가을을 더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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