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책
읽어도 다시 읽는
책은 언제나 시집이다
다시 봐도
신비롭고 설레는 것은
손 내밀면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행복할 때에도 슬플 때에도
거기서는 많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알면서 동화책을 읽고 한국문학전집을 읽고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철이 들면서는 철학 책을 읽었다 그러고는 시집을 가장 많이 읽었다 일 년에 읽은 시집의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읽었다 어느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가면 항상 시집부터 시작하고 끝까지 시집을 읽었다
짧은 글 속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훤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육상경기로 치면 단거리 선수 같은 짧은 거리를 달려 승부수를 던지는 시가 정말 좋았다 우주도 담고 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평생을 담기도 하고 온 영혼을 쏟아 불을 지펴 쓰기도 한 시들을 읽으면 그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보석 상자를 여는 마음처럼 시집의 첫 장을 열면 언제나 기대로 마음이 설렌다 어떤 시집이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혼이 나를 기다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많은 내용 중 단 한 글귀에 빠져 그 시인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시를 쓴 사람의 마음이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그의 마음들이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시집을 읽는 것은 그들의 영혼이 내민 손을 잡아주는 것이리라 그 외로운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고 외로움을 나누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공감이 가는 글을 읽으면 왠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속 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친한 친구 같은 느낌도 갖는다
책을 쓴다는 것 글을 읽는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이런 모든 행동들은 마음에서 나온 실들이 상대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전화선 같은 것들이 있어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인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의 시를 너무 열심히 읽은 덕분에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대하게 되기도 한다 책은 그런 것인가 보다 유리창 너머로 깊숙이 집안으로 들어온 햇살처럼 책 속으로 파고든 마음들이 친근하게 다가가 어느새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동화되는 따스한 행복감 같은 그런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