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빨래
찌든 빨래보다는
때묻지 않은 빨래가
훨씬 더 조심스럽다
비누 거품 속에 퍼득이며
젖은 몸을 일으켜 세운 추억
묵은 때를 벗은
빨래들의 속살이 나부낀다
빨래줄에 말끔한 얼굴로
귀를 맞추고 줄을 당겨
하늘거리며 춤을 춘다
빨래줄에 빨래를 말리고 싶어 귀촌하고싶다는 친구가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눅눅하게 말리기 보다는 해풍이라도 좋으니 자연산 바람으로 바싹하게 말려 고들고들한 옷을 입고 살고 싶어 한 그 마음을 지나고 보니 알것 같다
사람들은 마음이 우중충한 날보다는 화창한 날을 골라 빨래를 한다 굳이 빨지 않아도 되는 빨래감들을 송두리째 꺼내 빨고 또 빤다 마치 아직 충분히 빨리지 않은 것처럼 반복한다 그들이 반복하는 것은 정말 빨래감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개운하지 않아서이다
빨래는 때가 많이 묻어 있는 빨래보다는 때가 보이지 않는 흰색 실크로 만든 옷이 더 신경이 가고 빨리 가 어렵다 함부로 아무렇게나 빨 수 있는 빨래가 있는가 하면 때도 안 보이는 손이 많이 가는 옷이 있다 세탁세제도 일반세제와 다르고 씻는 방법도 다르다
아무튼 빨래를 하는 것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요즘이야 세탁기에 전부 한다지만 때로는 뭉치고 색이 바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같은 색끼리 나누어 하거나 같은 재질끼리 세탁망에 넣고 돌리면서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빨래줄에 걸린 채 하늘을 나는 빨래들을 보면 마치 승리한 군대의 깃발이 느껴지는 기분은 나만의 것일까 적당한 바람으로 빨래줄에 걸린 채 잘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빨래는 맑은 날 적당히 고운 바람이 부는날 자연 속에서 말리는것이 가장 뽀송보송 할 것 같아 귀촌하고 싶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