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나무
한자리에 서서
저토록 오래
고뇌할 수 있을까
팔과 다리 사방으로 벌려
온몸으로 세상사
다 받아낼 수 있을까
새와 비바람만 찾는
오지에서 종일
누구를 기다릴 수 있을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넘어진 나무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만 살 생각일지라도 넘어져서 그냥 그대로 살아간다 숲 속을 둘러보면 곳곳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혼자 일어설 수가 없기 때문에 쓰러진 채로 살아간다 쓰러진 나무에도 새가 살고 바람이 와서 안부를 묻고 비도 내린다 뿌리만 살짝 땅에 닿아있어도 살 수가 있다
나무는 그렇다 서로의 잎을 흔들며 소식을 묻고 서로의 가지를 만지면서 체온을 나눈다 그리고 혼자 서서 기다리고 혼자 서서 생각한다 사람도 나무와 같다 특히 현대인들은 그와 유사한 점이 더 많다 어떤 관계가 걸쳐지면 흔들리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음에는 홀로 살아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발다리를 펼쳐도 맞닿은 곳은 적을지 모른다 때로는 그것이 팍팍하고 때로는 그것이 편안하다 가끔씩 도시라는 숲에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나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눈물이 나기도 한다
아무도 위로하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하는 나무처럼 사람들도 그렇게 나무가 되어간다 어떤 사람은 상록수로 어떤 사람은 활엽수로 어떤 사람은 침엽수로 관목으로 소엽으로 각각의 중량대로 살아간다
아무리 외딴섬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으로 둘러싸인 대도시 한가운데서도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차가운 바람에 살을 에는 추위에 떠는 사람이 있다 요즘은 사람과 나무가 가끔 겹쳐 보인다 저 사람은 어떤 나무 정도 또 저 사람은 어떤 품종의 어떤 나무인지 혼자서 가늠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어떤 나무로 살아가고 있는지 살아가고 싶은지 나에게 묻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