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겨누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힘 겨누기




보이지 않는

힘들이 겨누기를 한다


알몸에서 순을 내어 키우고

꽃을 내고 열매 다는 동안

씨앗은 무수한

바람과 빛과 땅과 다른 나무들과


들리지 않는

힘과 겨누기를 한다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잠도 들 수 없을 만큼

다시 말할 힘도 없을 만큼

일어날 기운도 없을 만큼


사는 일은 힘이 드는데

자꾸 힘겨눌 일들이 생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에 충실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읽을 생각은 없다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기에 그러한 타인의 모습을 보면 감정이입의 과정을 곧장 느낀다 그래서 부모가 되면 자신의 가장 못난 부분을 닮은 자식의 모습을 볼 때에는 화가 나고 큰 소리가 나곤 한다

이러한 광경은 가족뿐 아니라 작은 단체에서도 무수히 일어난다 나름의 서열이 있는데, 그 서열의 앞머리에 있는 사람이 나이가 들고 이빨이 빠진 종이호랑이가 되면 뒤이어 아래 서열이 윗자리로 올라서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뛰어들어 서열 다툼이 일어난다

동물의 세계에서나 봄직한 이런 광경을 종종 보면서 현대사회는 좀 달라져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쁜 일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일에서 나약하기 쉽고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만 어렵고 고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대부분의 삶들은 만족하고 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더 내려가고 다 내려갔다고 생각하면 지하층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힘겨눌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나 그런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힘겨누기를 하자는 사람만큼 피곤한 일은 없다 그런 것들에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겨누기를 하자는 사람은 '늦었지만 나 이제는 겨눌 힘이 생겼어 자신있어 내가 제일이야'하며 어릴 적 골목대장이 되어보고 싶었던 꼬마가 갖는 자기 열등감을 자기 우월감으로 바꾸기 위해 용을 쓰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놈도 한번 툭 건드려보고 저 놈도 한번 툭 건드려 보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안다 그 또한 머잖아 그도 또 다른 그와 닮은 사람에게 꼭 그런 대접을 받을 날이 온다는 것을 자신만 모를 뿐이다 제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인생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같다는 말처럼. 준치는 섞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