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순간




어느 한순간이

모든 것일 때가 있다


마음을 더 열었더라면

다 내어주고 알아주던

그 진심을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느 순간이 끝이라고는

아무도 모르는 삶 속에서

좀 더 따뜻하게 말하고

좀 더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살아가야 하는


그 마지막 목소리를 기억하며

평생 안고 가는 슬픈 때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그대로 살아갈 것처럼 순간순간을 낭비한다 언제나 내일이 올 것 같지만 내일은 언제나 온다고 보장하지 않았다 한순간 매 순간 오늘에 매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난데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난데없지 않다 예전에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 전생 현생 내생이 있어 전생에 지은죄를 현생에 받고 현생에 지은 죄를 내생에까지 가져간다는 논리였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빠랄져서 미래의 시간을 당겨 쓰기 때문에 현생에서 지은 죄를 현생에서 다 받고 현생에서 지은 복도 현생에서 다 누리고 살아가지 않을까

마음 낮추고 자신을 낮추다 보면 보이는 범주가 넓어진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낮추라는 말이리라 자신을 한껏 높여서 보면 모두가 아래로 보인다 자신이 평가한 자신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신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은 자긍심과 자괴감 사이를 오고 간다

송곳으로 꼭꼭 찌르는 듯이 매 순간을 지키고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도 힘이 들지만 시간을 뭉뚱 거려 무시하고 세월을 막 보내는 것은 더 위험하다 하루하루 매 순간을 저축할 수가 없다 누구나 다 소비하고 지나가는 인생이고 시간이다 자기 존재를 좀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본인이 주제가 되어야 한다 바쁜 사람에게 헐렁한 사람의 시간을 잘라 보태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누구에게나 시간은 같은 분량으로 하루를 할애하고 있다

쉬지 않고 달려도 쉬엄쉬엄 가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말한다 달려봐야 달리는 맛을 알 수 있고 쉬어봐야 쉬는 기쁨도 알 수 있다 비를 맞아봐야 비를 피하는 법을 알 수 있고 눈을 맞아봐야 눈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끔씩은 지나가는 이 순간을 눈송이처럼 만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마져지지 않지만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기억하지만 가장 아프고 힘든 순간도 기억하지만 아무 일없이 그저 지나가는 고마운 순간도 가끔씩은 멈칫멈칫 손안에 넣고 느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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