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오래된 사진



사진 속에 비는 내리지 않는데

먼 시간에서 달려온 사람들은

한 자리에 줄을 선 채

오랫동안 비를 맞고 있다


사진 속에는 해가 비치지 않는데

흑백으로 흐려진 모습들이

흔적만 남긴 세월을 멈춰 세우고

더욱 나지막이 검게 웃는다


낡은 사진첩 속에서

우연히 만난 세월의 팔짱을 끼고

물끄러미 돌아보는 시간 나들이



오래된 사진을 보면 아쉬운 일들을 떠올리거나 잊기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때로는 가슴저리게 아픈 일도 아무렇지 않게 되살아나고 그때 그날들을 다시 소환하기도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아팠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질 즈음에야 사진도 희미하게 낡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가끔은 잊고 살아간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은 상처를 받거나 아파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남의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인의 집으로 놀러라도 가면 오래된 사진을 새삼 보게 되고 어이없는 모습으로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를 되새기기도 한다 가끔은 기억에도 없는 경우도 있어 당황스럽기도 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공간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의 매력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사람과 더 이상 친해질 수 없는 사람과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별별 생각이 든다

전혀 따뜻하지 않은 사람과 전혀 진실되지 않은 사람과 가식으로 웃고 있는 사람과 어설프게 쾌활할 사라들도 한자리에 있어 불편해 보이는 장면도 있다 지금은 없는 사람 앞으로도 없을 사람들도 한자리에 있다

요즘은 점점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자꾸 생각난다 그 생각들이 점점 깊어지면서 결국 결론은 단순해진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비교해서 어느 날이 더 긴지에 따라 생각도 변하는 것 같다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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