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얼룩



얼룩을 남긴 자리에는

쉽게 얼룩이 더 생기지 않는다


흉터처럼 남은 얼룩이

흉해서 그 자리에 꽃을 수놓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맨 처음 얼룩이 쉽게 잊히지는 않는다


얼룩을 딛고 선 자리에서 핀

꽃들이 편하지 않은 것처럼

갇힌 얼룩을 기억나는 날은

끝도 없이 캄캄하게 빛을 찾아나선다




귀하게 여기는 옷일수록 조심스레 입어도 어이없게도 얼룩이 묻어있다 그러다 보면 열심히 얼룩을 지우게 되고 지워지는 얼룩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다 물론 아주 비싼 세탁소에 맡겨 처리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다 그럴 경우 대체로 옷을 포기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한번 마음을 상하게 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잘 지내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런 상황들을 원상태로 회복하기에는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포기한다면 관계는 깨어지고 만다 간혹 지울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간혹 용서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상대가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얼룩이 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와의 긴밀성은 많은 연관이 있다 얼마나 깊이 긴밀하게 가까웠는지를 읽게 된다면 혹은 그 정도로 가깝지 않다면 어떤 말도 그냥 지나칠 수 있고 마음에 얼룩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의 속마음을 완지히 알아버리고 그 진심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기는 법이다 그 얼룩은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결코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상대의 진심을 읽는다는 것은 간혹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되기도 한다 그 진심에 내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마음에 생긴 얼룩은 무엇으로도 닦아내지 못하는 흔적을 남긴다 또 다른 얼룩으로 간혹 꽃이 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살면서 단 한번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없다 상대에게나 스스로에게 얼룩을 남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얼룩은 다반사라고 치부하고 아무렇게나 말을 하고 아무렇게나 제 맘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어린 사람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를 왕왕 보면서 살아간다

어떤 거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최소한 자신의 마음에 얼룩이 남지 않기 위해서 가장 현명하게 틈을 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사랑가는 한 방법이다 하기 힘들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므로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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