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봄바람




봄은 바람을 타고 온다

목련꽃망울이 궁금한 얼굴로 온다

사방팔방 흩어진 바람들을 모아

헐레벌떡

연분홍 치맛자락 타고 온다


때로는 얼어붙은

가슴팍을 파고드는 칼바람으로

때로는 살랑살랑 목덜미 파고드는

낮잠 들기 좋은 나른함으로

산을 넘고 들을 건너 흰구름 타고

봄은 바람을 타고 온다



봄이 오는 것은 바람이 부는 것으로 느껴진다 겨울바람과 봄바람은 소리가 조금 다르다 겨울바람은 조용하지만 차갑고 진저리 치는 칼바람이라면 봄바람은 꽃바람이다 때로는 시끄럽지만 부드럽고 연하여 차갑지는 않다 바람이 늘 한결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절마다 바람의 차이는 있다

겨울을 넘기고 봄이 오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춥다 보니 자연히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하다가 날씨가 따뜻하면 밖으로 슬슬 나가게 된다 이때 마음도 함께 나가게 된다 그래서 봄을 타는 사람들은 유독 따뜻한 봄이 되면 오히려 더 우울하기도 하다 영양학적 측면에서 보면 겨우내 햇볕을 잘 받지 않아서 비타민 D의 부족으로 우울증이 일어날 수 있는데 갑자기 봄이라 햇살을 받으면 오히려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런 현상이 심화되는 건 아닐까

봄이 오는 길목에서 눈이 내린다 겨울이지만 이미 입춘이라는 낙인이 찍혀서인지 추워도 견딜만하고 바람도 봄바람을 조금 닮아 있다 계절이 변한다는 것은 신비롭다 한결같지 않은 계절을 느끼는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변화가 있고 다채로워서 좋다 봄이 오면 이곳저곳을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다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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