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봄, 봄맞이
자작나무 마른 가지 위에
물까치가 날아든 날
가지마다 햇살이 납쪽 엎드리더니
어느새 봄이 쏙쏙 찾아든다
앞질러 추위를 떠나보낸
봄 맞으러 초록치마 두른 산허리에
사르르 발걸음을 재촉하여
꽃바람이 저 멀리서 물씬 날아든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이 주는 느낌이 벌써 다르다 설을 보내고 나면 아직 춥다고는 하지만 찬 바람 속에서도 훈풍이 섞여있다 그래서 아무리 추워도 설이 지나고 나면 견딜만하다 봄은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온다 그래서 봄바람은 아무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세찬지 않고 부드러운 손길처럼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누군가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으면 쉽게 답을 할 수없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아름다운 점이 있어 선뜻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새싹이 튀어 오르는 모습만큼은 낙엽보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시작이든 새싹이지 않을까 처음이고 시작이고 새싹은 모두 동일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 말들이 주는 신선함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 언제나 새봄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시작되는 봄이 좋다 새순이 나고 새싹이 피어오르는 설렘이 있어 좋다
지난 겨울 사과를 먹고 화분에 심어둔 사과 레몬 오렌지 방울토마토 씨들이 새순을 피워 올렸다 벌써 손가락 크기만큼 자라 매일 들여다본다 언제 꽃이 피고 열매익어 먹겠냐고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하지만 어디 먹으려고 씨를 다 심었을까 그냥 욕심 없이 바라보는 마음이 이렇게 기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