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기도




마음보다

더 무거운 소원을 올린다

돌탑에 얹은 정성은

온갖 바람에도 떠나지 않는다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던

어느 유쾌한 하늘이

너의 바람 잊지 않았다고

별똥별 보낸다



기도하는 마음은 간절함에서 온다 간절함이 없는 일상의 기도는 밥 먹는 일처럼 평범하다 자주 기도하지 않는 편이다 기도는 하면 할수록 기도할 게 많아져서 기도 시간이 늘어나고 기도의 분량도 늘어난다 그래서 기도 대신 각오를 더 많이 한다 스스로에게 거는 약속

사람들은 종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기도를 한다 새벽기도를 가는가 하면 탑돌이 기도를 하기도 하고 달이나 태양 별을 보면서 기도를 하기도 한다 기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기도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누구나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상황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하는 기복 기도가 있는가 하면 염원의 기도 애원의 기도 감사기도 등 중보기도 등 다양한 기도와 주문이 있고 한 번씩 이상은 다 해 봤다

가끔씩은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기도가 서로 상충될 때에는 어떤 기도가 이루어질까 더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질까 더 정의로운 기도 이루어질까 돈이 더 많이 들어가고 품이 더 들어간 정성 어린 기도가 이루어질까 여러 사람이 함께 기원하는 기도가 이루어질까

정답은 없지만 장소를 불문하고 종교를 불문하고 가장 다급한 기도가 가장 먼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다급하고 가장 간절한 기도를 해 본 사람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이유를 잘 안다 그런 기도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나마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왔고 나름대로의 복을 받은 사람이지 않을까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가 있거든 이루어질 때까지 기도하리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기도의 힘은 기적을 이루기도 하지만 지극히 적절한 선에서 마치 운명과 타협한 것처럼 이루어지기도 한다 기도하는 마음은 봄나들이 하듯 가벼울 수도 있지만 선량하고 정의롭고 이타적이고 덜 기복적이어야 하고 더욱 간절해야 하고 무엇보다 진심이 깊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처럼 기도도 매한가지로 그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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