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는 시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밥먹는시간



눈이 펄펄 내리는 창가에

단둘이 마주 앉아서 밥을 먹는다

아무 말이 없어도

이렇게 밥 먹는 시간은

세상에 둘만 남아 고요하다

수평선 건너온 바람이

눈발을 비집고 들어선

비어 있는 자작나무 숲에

눈그림을 빼곡히 그린다

바람에 춤추는 눈 보느라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헛손질을 하며 밥만 먹는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적당히 섞여 있는 숲 가운데 지은 4층 집에 산다 살다보니 매일 수평선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매일 바라보고 뒷산으로 해가 지는 풍경을 늘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자연 풍광을 선물받은 것만으로 내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슨 좋은 일을 얼마나 했기에 내게 이런 선물 같은 광경을 매일 바라보는 기쁨을 선물 받게 되는지 감사할 때가 있다 그간의 집에 대한 무수한 생각과 집으로 인해 받았던 고통들을 한순간에 다 잊게 하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특히 어제 오늘처럼 창밖에 함박눈이라도 내리고 빗줄기가 창을 때리는 장대비를 바라보며 숲너머의 바다를 바라보며 밥을 먹는 시간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 늘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 다른 무엇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

이렇게 보면 '세상에 이런 천국이 따로 있나'라고 부러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활의 수많은 불편을 감수한다면 대체로 가능하다 대도시에서 바쁘게 평생을 살다가 약국도 병원도 마트도 우체국도 은행도 없고 10분 거리를 나가야 편의점이나 보건지소나 아주 작은 초등학교 등을 만나는 그런 곳에 사는 것을 꿈꾼 적도 없는데, 어느 날 문득 살게 되면서 이곳에서 사는 최대한의 장점만을 추려 가장 긍정적으로 느끼려고 해서 그럴 뿐이다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사람이 산다는 것은 대개가 하나를 빼면 하나를 더하게 되는 것일뿐이라는 생각을 곧잘 하곤 했다 가진 것이 있으면 놓아야 하는 것이 있고 손에 잡으려면 쥔 것은 놓아야 한다는 진리를 말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한 곳 처한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최대한 기
쁜 마음으로 감사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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