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물
부드러운 몸으로
단단한 어둠에도 길을 낸다
맑은 마음들이 모여서일까
유연해서일까
내세우지 않아서일까
쉼없이 서로를 껴안고
다정히도 흘러간다
사람의 삶도 물과 같아서 어디서 어디로 흘러갈 지 아무도 모른다 물이 흐르는 길가에 어떤 꽃이 피고 또 웅덩이에서 얼마나 기다려아 하는지도 모른다
한데 어울려서 살아가고 한데 모이기도 하고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하면서 흘러간다 때로는 꿀을 만나 꿀물이 되기도 하고 설탕을 만나 설탕물이 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맹물리 되어 흐른다
물 중에서 가장 귀한 물은 그냥 마시는 아무 맛이 없는 물이다 그래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만나서 질리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샤 백년을 해로한다는 말이 맞을것같다 인고의 노력으로 서로에게 맹물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정성이 어디 있을까 흐르면 흐르는대로 두고 볼 수 밖에 없는 물처럼 삶도 물길을 내는대로 흘러간다 갇히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그러면서 문을 열고 닫고 쇠를 녹이고 돌을 깎는 수 많은 일들이 일어나도 끄덕없이 헤쳐나가는 의연함을 지닌 물은 여려 보이지만 가장 강한 힘을 가졌다 수많은 물 가운데서 눈물이 가장 큰 힘을 가졌다 누구를 위해서 잘 울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 울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리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