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선물



살아 있는 날들이 선물이라고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눈물도 흘리고 이별도 하면서

계곡물처럼 정갈한 마음도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뜻한 날들이 손길이 그 마음이

맑은 바람에 실려온 선물이라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되었다



일상을 보내면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기에는 참 많은 세월을 보내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눈앞에 있고 자고 일어나면 또 쓸 수 있는 하루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은 아낌없이 써도 서도 자꾸만 하루가 생겨나는 시간이 화수분같은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대신 하루 하루를 좀 더 아껴쓰고 소중하게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눈앞에 보이는 산도 바다도 허투루 보이지는 않는다 좀 더 깊이 바라보고 느끼고 또 선물 포장지를 푸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잘 살아내고 싶다 키 큰 나무가 더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마음도 자라면서 더 많이 흔들린다 많이 높이 자랄수록 더 크게 더 자주 더 많이 흔들린다

살면서 선물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몇이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열손가락도 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수도 없이 많았던 잔잔한 선물들을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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