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숲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나무들이 오밀조밀 모여

저들끼리 다정히 껴안고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막고 섰다

서로에게 덜 추우라고

자신의 몸을 한껏 열어

빈가지로 바람막는 울타리를 만든다

저렇게 펑온하라고

누구도 일러준 적도 없는데

형형색색의 평온을 누린다



숲에 들어가보면 안다 숲에는 얼마만큼의 나무들이 모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숲에는 나무가 나무를 바라보고 있고 나무와 나무가 껴안고 있고 나무가 서로의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는 것을 안다 숲 밖에서는 결코 숲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나무 혼자서는 나무 일 뿐이지만 수많은 나무들이 모여 비로소 숲이 되고 그 숲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위엄을 가진다는 것을 숲에 있어야 비로소 나무구실을 하게 된다는 것을 숲에 사는 나무들은 안다

숲에사는 나무들은 키가 크고 작고 굵고 가늘고에 무관하게 잘 어우러져 산다 그렇게 어우러져 있어서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볼품없는 나무들은 수형이 좋은 나무에 가려져서 그런 것이니 수형좋은 나무가 품어주고 또 고루 햇살을 받게끔 서로의 가지를 비켜 뻗어 오손도손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간혹 눈과 바람에 못이겨 쓰러진 나무도 있고 자라지 못한 채 사람이나 짐승에게 꺽인 나무도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심 역시 빌딩의 숲이 있고 사람들의 숲이 있다 그곳에도 크고 작은 건물이 숲의 나무처럼 오밀조밀 붙어서 있고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옆옆에 잘난 사람 못난 사람들이 옹지종기 모여 살아간다 누구나 사람들이 만든 숲에서 살아가는 한그루의 나무에 불과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좀 더 잘난 사람이 좀 덜 잘난 사람을 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가지를 비켜 내는 배려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숲의 나무들에 불과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