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장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새벽시장



순식간에 내린 소나기처럼

장꾼도 장 보러 온 사람도

장작불볕 옆에서 왁자하다


비린내와 과일향이 어우러진

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니다 보니

산도 땅도 바다도

좌판마다 다 모여 있다



살다 보면 별일이 없어도 마음이 울적하고 아무런 의욕이 일어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새벽시장에 간다 좀 멀지만 마음을 내어 가보면 재래시장보다 좀 더 활기가 차다 비린내와 과일향 닭들의 회를 치는 소리도 들린다 알고 있는 무수한 식재료들이 그곳에서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무엇을 사기보다는 그냥 어슬렁거린다 상인들은 하나라도 팔아볼 심상으로 발길을 붙잡는다 그러다 인심 좋은 장군의 덤에 사기도 하고 사라 달라는 애원에 사기도 하고 필요해서 사기도 하고 이것저것 사게 되고 늘 생각보다 많은 양을 두 손에 가득 들고 새벽장을 떠난다

고등어도 미나리도 시금치도 가득가득 담아 파는 떨이 시간이 되면 너나없이 팔고 가려는 상인들의 고함소리에 온 장터가 시끌벅쩍하다 새우 멸치 갈치 할 것 없이 상인의 목청에 비린내를 덤으로 얹어 귓전으로 따라온다

바다에 사는 생명들도 하늘을 나는 새들도 땅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이 자리에서는 모두 다 먹거리에 불과하다 싱싱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된다 살아퍼덕여도 소용없다 꽥꽥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다 부들부들 살아 숨 쉬어도 소용없다 그냥 단숨에 먹거리가 된다 바다냄새를 품고 흙냄새를 품고 하늘의 자유로움을 품은 식재료로 이름이 바뀌는 자리이다 눈인사를 하며 건네는 서로의 적당한 값어치로 북적대는 시장길을 걷는다

걷다 보면 생기 있는 삶들이 바짝 뒤를 쫓아오고 사람들의 활발한 발걸음에 더 빨리 걷게 된다 따라오는 꽥꽥대는 오리들은 대체 어디서 이 아침을 깨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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