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새벽




어둠을 반쯤 걷으면

별들이 아직은 힘겹게

눈을 뜨고 밤을 지킨다


바람도 없이 내린 냉기는

창밖에서 기다렸다는 듯

물안개 더불어 몰려들고


새벽이 여는 빈 하루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수평선은 밤 그림자를 안고

길게 누웠다



새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새벽이 주는 신선한 하루의 얼굴과 아직 잠 깨지 않은 수평선의 늘씬한 그림자와 냉기 어린 바람의 조화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잠이 덜 깬 상태로 새벽을 맞이한 적은 그다지 기억에 없다 그냥 저절로 눈을 뜨는 시간이 대체로 일정하기 때문에 알람도 필요 없다 다만 저녁 10시를 잘 넘기지 못하고 간혹 넘기면 열두 시를 넘기게 되고 그렇다 쳐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슬그머니 오는 새벽을 어떻게 알고 일어나서 맞이하는 걸까 누군가는 그냥 두면 오전 나절을 내내 누워 있는다는데 특별히 아픈 날을 제하고는 그런 기억이 거의 없다 7시간 이상 누워 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그냥 일어난다 태생적으로 아침형 인간인가보다

어제는 종일 눈비가 내렸다 처음에는 소금알갱이만 한 우박 같은 눈이 알알이 떨어지더니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눈이 내리는 소리는 이곳에 와서 처음 들었다 우박눈? 그렇게 부르기로 할까 눈과 우박이 뒤섞여 창문을 치며 내리는 소리는 빗소리와는 다른 센 느낌이다

봄꽃이 여름꽃과 가을꽃과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를 알겠다 눈을 잊지 않기 위해서 피는 모습도 지는 모습도 눈을 닮았다 예를 들면 매화라든가 목련이라든가 벚꽃이라든가 복숭아 자두 앵두 자두 진달래 이들은 눈처럼 여리게 모습을 드러내다가 이내 눈처럼 흩어진다

새벽이면 꽃들이 먼저 일어나 꽃단장을 하는 시간이다 그런 새벽이라야 봄꽃들을 더 빨리 만날 수 있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