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꽃
그냥 꽃이라 부르면
어느 꽃이든 싫어한다
이름이 다 있는데
그냥 풀꽃 그냥 들꽃
그냥 이름 없는 꽃이라고
뭉뚱거려 그렇게 부르면
꽃들도 화가 난다
제 이름 제 모습 제 빛깔 제 향기를
모른 척 모르는 척하면서
세상의 꽃들을 그냥 꽃이라 부르면
그 꽃들은 세상을 향해 피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꿈만을 위해 핀다
세상의 꽃들은 각각 제 나름의 향기와 빛깔과 이름과 모습이 있다 저마다 지닌 특징이 있듯이 서로를 그렇게 부러워하거나 질시하지 않고 자신을 알린다 서로 향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바람이 불면 제 온몸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을 보면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사진을 찍거나 데려와서는 키워보곤 한다 하지만 생육환경이 달랐지만 꽃들은 피지 않고 어쩌면 죽기도 한다 꽃이 예쁘게 핀다고 그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다 땅 공기 햇살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살아있다고 살아남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꽃을 한송이 한송이 들여다보면 나름의 공식이 있다 생존환경이 어려울수록 더 많은 꽃가루를 뿌리고 바람으로 혹은 벌레들에 의해 자손을 번식하는 경우들도 각기 다른 방식을 택해 진화되어 왔다 덜 어려운 환경일수록 생존 본능이 약해지는지 생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곤 한다
무수히 많은 꽃들의 이름을 짓는 일이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생명체가 자라는 과정 번식과정 등을 공부하고 모르는 식물이나 이름이 없는 식물 아무렇게나 지어져 있어 부르기도 듣기도 민망한 꽃이름을 개명하거나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둔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우리도 친구들을 사람 1 사람 2 사람 3 키 큰 사람 흰 사람 등으로 사람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어떨까 그처럼 꽃도 이 꽃 저 꽃 흰꽃 푸른 꽃 분홍꽃으로 부르고 기억하기보다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름을 알려고 노력하면 꽃도 자신의 향기와 내면의 비밀을 알게 된다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