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씨앗
씨앗 속에 꿈이 들어 있다
무엇 무엇이 되리라는
당찬 희망이 들어 있다
무엇이나 씨앗이 되지는 않지만
되고 나면 살짝 만져도 꿈을 꾼다
씨앗은 꿈틀꿈틀 살아있는 꿈이다
씨앗을 보면 대체로 두리뭉실하다 씨앗을 가지고 있는 씨방은 날카롭거나 뾰족하거나 하지만 메밀이나 대봉감 등 몇몇 씨앗을 제하고 나면 뾰족하고 날카로운 씨앗보다는 대체로 둥글고 뭉툭한 종류가 많이 있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건강한 씨앗은 꿈을 지녔기 때문이다 꿈을 모양으로 치면 둥글고 단단하고 초록빛을 띠지 않을까 씨앗 속에는 봄도 있고 꽃도 있고 초록도 열매도 가슴깊이 묻혀 있다 그래서 씨앗을 심는 날이면 설레기도 하고 이미 열매를 수확하거나 꽃이 피는 경지까지를 꿈꾼다
봄이 오면 또 씨앗을 사서 심을 것이다 처음 씨앗을 뿌리는 그 마음이 자주 씨를 뿌린 곳을 더듬게 된다 씨를 뿌린다고 다 싹이 돋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가는 곳은 씨앗도 알아서 척척 싹을 낸다
벌써 명이나물이 싹대를 울렸다 제법 커다란 잎을 흔들어 댄다 백합도 나리도 매발톱도 작년에 뿌려둔 곳에서 작은 잎을 낸다 자고 나면 점점 더 크게 자란 모습들을 보면서 꿈은 나만 꾸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들도 무슨 꿈을 꾸는지 자고 일어나면 초록빛이 더 곱다 씨앗 속에 들어 있는 꿈들이 꿈틀꿈틀 살아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