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내일



'내일'을 주문하는 사람과

'다음'을 말하는 사람은 다를까


자고 일어나면 또 내일이고

한번 미루면 여전히 다음이다


내일도 다음도 언제나 그 자리서

가까이 다가올 손 닿을 듯 하지만

영원히 오지 않는 손님이다



사람들은 다음이라는 말과 내일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에 만나면 어떻게 할게'라는 변명을 밥 먹듯 한다 맛없는 식당에 가면 다음에 오시면 정말 더 맛있게 더 많이 드릴게요 더 잘해 드릴게요 한다 하지만 정작 처음에는 그 말에 속아서 그 식당엘 가면 아예 왔던 손님인지 기억조차도 못하거나 주인이 바뀐 상태다 그래서 그 말은 이제는 믿지 않는다 대체로 다시 가면 또다시 앵무새처럼 그 말을 내뱉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서비스업에 관련되어 이런 말을 하는 곳은 재방문을 꺼리게 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제대로 못하는데 다음에 만나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 그건 그냥 입술에만 붙어 나는 소리라는 것을 겪어보고야 깨닫는다

왜 일부 사람들은 다음이나 내일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쓸 수 있을까 지금 할 수 없는 것은 다음에도 오늘 할 수 없는 것은 내일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신뢰를 잃고 단계의 단절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일이나 다음이라는 말이 희망을 가진 경우에 더 많이 쓰인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더 많이 자라 있겠구나 내일 만나면 더 행복하겠어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졸업식에 우리 이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녕이라는 등등의 의미로도 내일이나 다음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어투로 사용된다

하지만 내일로 미루는 다음으로 미루는 상황들을 겪다 보면 그런 의미를 잊게 된다

결국 생각은 어떤 경험을 더 많이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경험에 가까운 말의 의미들을 꺼내 쓰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일이 영원히 오지 않는 날일수도 오늘보다 더 찬란한 날일수도 오늘과 단절된 의미로도 원하든 아니든 와서 오늘이 되어버린 내일도 긴긴밤을 보낸 후 가슴 설레는 오늘이 되기도 하는 내일이나 다음은 아닐까 다음이나 내일 행복하기보다는 오늘 지금 이순간 잘해주고 행복한 것이 쌓이면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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