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버팀목



태풍이 지나고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

나이 든 나무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쓰러져서 있다


그런데

소나무끼리 서로를 기대어

용케도 둘 다 쓰러지지 않고

사람 인자 모양으로

서로를 기대어 겨우 선 나무가 있다


저 정도면 햇빛을 의지하여

어느 틈엔가 다시 일어서리라

서로에게 버팀목 되어 살아남으리라

그래서 다시 숲이 되리라



태풍이 지나고 나면 숲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턱턱 쓰러져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더 약한 나무들을 쓰러지기도 하고 간혹 버팀목이 되어 서로가 살아남기도 한다 때로는 죽으면서 불을 내어 숲을 모조리 망가뜨리는 가장 최악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들판에서 독야청청 홀로 선 나무보다야 `숲에 있는 나무들은 하나하나를 두고 보면 그다지 볼품은 없다

하지만 같은 숲의 나무라도 주변이 좀더 넓어 햇빛과 바람을 충분히 받고 자란 나무는 그렇지 않다 어쩌면 수많은 태풍 속에서 나무들이 쓰러지고 사라져서 제법 여유 있는 주변 공간을 만들어 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홀로 잘 자라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큰 그늘을 만들어 주변에 더 큰 나무를 키우지 않는 소나무처럼 생래적으로 그럴지도 모른다 좀 더 떨어져서 바라보면 쓰러진 나무도 썩은 나무도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나무도 낱낱이 보이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서는 보이는 숲은 그저 편안해 보인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런저런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사람이 사람을 못살게 굴기도 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기도 하고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큰 범주에서 보면 마치 잘 어우러져서 더불어 잘 살아가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방적인 희생일까 아니면 도움의 손길일까 그것도 아니면 마음으로 의지를 하게 되는 존재일까 죽은 나무로 산나무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을 받쳐 준 나무는 태풍에도 잘 견뎌내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들은 어느 순간에 넘어지곤 한다 사람살이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며 살아 남았고 앞으로도 형태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그런 삶을 살아가고 살아 남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거나 버팀목이 되어 사라지는 것 그것이 숲이 살아남는 법이 되기도 하고 가장 높은 확률로 나무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살아 가는 숲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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