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골목 어귀에서

철커덕 철커덕 가위질 소리가 나면

영락없이 엿판을 목에 건 엿장수가 와 있다


신문지 종이 소주병을 들고 가면

하얗고 긴 엿가락을 툭툭 쳐서

양손 가득 얹어 주면서

헌 구두 가져오면 더 많이 준다고 속삭인다

조청엿 찹쌀엿 호박엿 수수엿 멥쌀엿

엿 파는 소리는 구성지고

엿장수 마음대로 가위질하고

시끌벅적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맛보기엿

한입씩 입에 물고 엿장수 흥에

눈을 맞추던 때가 있었다



엿장수들이 엿을 팔기 위해서는 골목 입구부터 벌써 커다란 가위질 소리가 먼저 들린다 용케도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나면 가방을 던져놓고는 엿 바꿔 먹을 만한 게 없냐고 엄마를 채근하면 동전을 주기도 했다

엿장수는 엿만 파는 게 아니었다 가위질 소리에 맞춰 부르는 엿장수 노랫가락은 구성지게 잘도 넘어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엿장수가 오는 날이면 대문을 가만히 열어 놓고 엿장수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신문을 차곡차곡 모아 엿을 바꾸기도 하고 쇠덩이나 가마솥 냄비 같은 류들을 엿장수는 좋아했다 왜 갑자기 엿이야기를 하냐고?

요즘은 우연히 호박엿을 선물 받아 다 먹고 나서 갱엿을 한덩이 사다가 한입에 들어갈 만큼 잘게 잘라서 식후에 두어 개씩 녹여 먹는다 할머니는 갱엿을 좋아하셔서 자주 장에서 갱엿을 손수건에 사 오셨다 그래서 쌀조청을 좋아하고 쌀로 만든 갱엿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곳에 살면서 다른 먹을거리나 군것질거리를 사러 가려면 차로 10분 정도는 나가야 하고 눈이 내리거니 비 오는 날은 귀찮아서 가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냥 인터넷으로 쌀로 만든 갱엿을 사다가 심심풀이로 군것질 대용으로 먹게 되었다 갱엿을 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서 운동회 때 대패로 갱엿을 끍어꼬챙이에 끼워 먹던 생각도 나고 이게 정말 시골살이구나 제대로 시골에 사는 맛이 나는구나 생각이 든다

식후에 먹어서인지 소화도 잘되고 주 1회 당수치 체크를 하는데, 당 수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계속 먹게 된다 당수치 높으면 당장 끊을 생각이다 하지만 대체로 정상범주 내에 있다 지난번에 사서 다 먹고 다시 인터넷으로 주문했더니 오늘 도착했다 커다란 갱엿 조각을 입에 넣고는 이리저리 녹여 먹는 맛에 마트에 가면 꼭 사 먹던 아이스크림도 끊었다

오래전에 갱엿을 잘못 먹어 치료했던 이빨들이 모두 망가진 적이 있었다 엿을 씹어먹지 말고 녹여먹어야 하는데 무얼 믿고 그렇게 급하게 왕왕 씹어 먹느라 치료한 이빨들이 모두 망가져서 다시는 갱엿을 먹지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 다시 찾게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가급적 씹지 않고 녹여 먹는 데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었다 고구마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펜션 앞 솔숲에 들어가서 상황버섯을 따서 차로 끓여 먹으며 군고구마로 저녁식사하며 살고 있다 식사가 준 자연인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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