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행운
아직은 그저 얻어지는
행운의 손을 만진 적이 없다
늘 가까이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부산한 발걸음을 옮기더니
이제야 해맑은 얼굴로 내게로
다가와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인사한다
언제나 곁에 있었는데
손 내밀지 않았다고
늘 보듬고 있었는데
알아채지 못했다고
이제야 바라보는 내 눈길에
스스로 행복함이 쏟아진다고
그렇게 말한다
행운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것도 참 오랜만이다 학창 시절 행운의 편지를 쓰기도 하고 네잎클로버에 행운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너무 오랜 세월 행운에 대한 감정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어쩌면 행운이 따라붙을 만한 기회를 주지도 않고 나름의 속도에 가속하면서 먼저 뛰어갔는지도 모른다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기쁘고 슬픈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이 겪었던가 예고 없이 맞닥뜨리는 일들은 또 어떠했던가 사람 사는 일들이 대체로 거기서 거기라고 말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행운이라든가 행복이라든가 하는 감정의 여유를 생각하지도 못한 채 앞으로 달려왔던 게 엊그제인데 갑자기 달리던 차에서 내려 혼자 꽃을 보고 공기를 마시고 눈을 만지고 그리는 날들을 살아간다
어쩌면 늘 행운은 나를 따라다녔는지도 모른다 조용히 소리 없이 나를 지켜보면서 언제 어디서 손내밀 어야 할지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잡기만 하면 되는데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몰랐는지도 모른다 행운이란 그런 것 같다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보이지 않지만 어느 날 문득 보이는 그 행운의 꼬리 그것을 봤다면 그냥 움켜쥐고 놓지 않아야 하는 그런 것인 줄
바탕화면에 무지개가 서 있는 폭포그림을 오늘 문득 보니 그 앞에 아이와 어른이 환호하는 모습이 아주 작은 티끌처럼 놓여 있다 늘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아침 문득 그게 보인다 행운도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시력이 나빠도 문득 별생각 없이 한눈에 들고 환히 보이는 그런 것이 아닐까
수없이 보내고 받았던 행운의 편지 행운의 네잎클로버의 효력이 뒤늦게 나타나리라고 믿으며 행운의 꼬리를 한번 잡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