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쇠못의 힘은 대단하다

구부러진 못 녹슨 못은

제자리를 잃고 여기저기 나뒹군다

언제부터 수직으로 꽂히는 힘을 잃고

어디에서부터 구부러진 삶을 살았을까

든든하게 잡던 힘은 어떻게 잃어버린 걸까

수많은 못질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와

들판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못들이

땅에서 솟구친 가시처럼

흩어져 밤을 새운다




공사장 주변을 둘러보면 녹슨 못이나 구부러진 못들이 여기저기 나뒹군다 그 못은 못의 힘을 잃어버린 채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한다 간혹 녹슨 못이 사람들에게 해가 될까 주워 한쪽으로 버리는 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제자리로 가지 못하는 못에 대해 무관심하다

박힌 못은 제자리를 찾아 무엇인가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못의 역할은 그것이다 어떤 못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크든 작든 박혀서 고정시키는 힘을 갖는다

때로는 못은 가슴에도 박힌다 스스로 박기도하고 다른 이들에 의해 박히기도 한다 간신히 뽑아내기도 하고 평생을 못 박힌 채 살아가기도 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박힌 채 뺄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한다

가슴에 박인 못은 어느새 영역을 넓히고 뿌리를 내려 점점 나무가 되어 가기도 한다 만신창이의 몸을 부르는 나무가 된 못을 빼지 않으면 영영 낫지 않는 상처를 키우는 몸이 되기도 한다 한 번쯤은 그 못이 내 몸뚱이에서 자라고 있는지 아닌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가 키우고 있지 않은지 샅샅이 살필 필요가 있다 더 자라기 전에 한번은 크게 아프더라 빼내어야 한다는 걸 깨달을 필요가 있다

가급적이면 가슴에 못 박는 일을 하지도 겪지도 당하지도 않고 실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사람들이 더욱 이기적이 되어가고 타인을 살필 여력이 없고 배려심은 더욱 찾을 길이 없는 삭막한 삶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런 삶이라고 하더라도 가슴에 스스로 못을 박고 만신창이가 되어 살아갈 필요는 없다 타인이 박은 못부터 빼고 스스로 박은 못조차도 빼고 살아가야 한다

길지 않은 생을 살면서 구차하게 못 따위에 인생을 담보 잡히고 좌지우지되어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당장이라도 못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빼서 멀리 던져버려야 한다 못이 뿌리내리고 나무가 되기 전에 어서 빼어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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