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봄소식
아직 땅은 얼어
추위에 떠는 나무들 사이로
길이 열린다
곧 피어날 새싹을 위해
언제부터인가 따스함을
한 움큼씩 모은다
한동안 얼어붙은 마음은
낮은 곳에서부터 풀려
무턱대고 빗장을 풀고
채 오기도 않은 봄을 연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복수초는 어떤 마음일까 눈 속에서 잎을 세우고 꽃망울을 내고 꽃씨를 만드는 고된 작업을 하면서도 초롱초롱 꽃망울이 단단하다 어지간해서는 눈 속에서 함께 얼어버릴 것 같은데 목련이나 할미꽃처럼 털옷도 없이 신기하게도 살아남아 복수초의 꽃을 보면서 사람들은 얼마나 한이 많으면 그렇게 될까 생각해서 이름을 그리 짓지 않았을까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 복을 많이 받고 장수하라는 의미를 갖는다면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 속의 아름다운 소년 Adonis가 죽어가며 흘린 피가 복수초를 피웠다고 하여 슬픈 추억을 상징한다 그런데 일견 눈 속에서도 살아남아 꽃을 피울 만큼 생명력이 강해 福壽草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러한 하나의 꽃을 두고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문화권마다 생각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튼 매화보다 더 먼저 달려와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것이 복수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