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노래




나무는 바람과 바다는 파도와

새들은 허공과

소낙비는 마주치는 얼굴마다

다른 가락으로 노래를 부른다


뒷굽 높은 구두가

오래된 가방이 빈도시락이

반쯤 찬 찻잔이

뼛속까지 저린 온몸이 악기가 되어

부르는 저 노래로 세상이 흔들린다



한 자락의 노래가 때로는 어떤 사람의 삶을 좌우하기도 한다 보이지 않지만 감탄하고 행복하고 기쁜 마음을 가져다주는 노래를 가슴에 안고 사는 동안은 아픔도 슬픔도 사라지고 고운 가락에 몸 담겨 긍정적으로 생이 진동한다

때로는 돛대의 바람처럼 때로는 겨울나무에 앉은 거대한 솜처럼 부풀었다가 끝없이 푸른 하늘을 나는 꿈을 꾸기도 한다 무겁기도 가볍기도 슬프기도 즐겁기도 한 노래들은 그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빗소리도 바이올린의 줄처럼 길고 짧은 것이 있고 눈송이도 음표처럼 크고 작은 모습으로 휘날린다 세상의 대부분은 그 크기만큼의 노래를 부른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거대한 노래를 기대했지만 의외로 가늘고 고운 소리로 노래를 한다거나 높고 큰 소리를 기대했지만 낮고 작은 소리로 노래한다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달르 수 있다

들리지 않는 노래를 듣는 사람도 있다 꽃이 부르는 노래 그림 속 그려진 노래 뱃속의 아이가 꿈틀대는 노래 별빛이 반짝이는 노래 힘들 때 가만히 손잡아 준 사람들의 손길에서 그리운 추억 속의 한 장면을 되새기면서 가만히 생각하면 그들에게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각각 다른 소리들이 들린다

아무리 우아하고 고상한 노래일지라도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덤덤한 가락이라도 자신에게 깊이 감동을 주는 울림 있는 노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노래를 들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상태도 많이 달라진다 어떤 음표를 어떤 감정에 붙이느냐 애 따라서 삶의 무게와 빛깔과 깊이와 느낌이 다 달라진다

즐거움에 온음표 슬픔에 16분 음표 기쁨에 2분 음표 고통에 16분 쉼표 그렇게 노래음표처럼 스스로 만들어 노래하는 세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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