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차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해마다 부산의 벡스코에서 여는 차 박람회를 빠지지 않고 갔다 처음 그곳에서 어느 스님이 만들었다는 수국차를 마셔보고 맛이 괜찮다 싶었다
지난해에 우리 집 베란다에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수국 꽃과 잎을 일부 잘라서 맛을 보려고 차를 만들었다 그런데 마시는 순간 이건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이슬차는 수국잎으로 만들어서 마시면 살짝 달큰한 맛이 있는데 내가 만든 수국차는 쓴 맛이 강해 먹기가 불편했다
그리고는 한 때는 꽃차를 배웠던 사람들과 통화하면서 수국차는 파란색으로 참꽃을 둘러싼 헛꽃이 피는 산수국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산수국은 잘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그냥 이슬차만 사다 먹었다 그런데 낚시를 간 김에 들렀던 거제도 아는 지인의 집 뒷산 초입에 산수국이 너무 많이 피어 있었다 야생이라 몇 송이는 가져가도 된다는 말에 성큼 모셔왔다
집에 와서는 산수국 꽃과 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뺐다 그리고는 잎은 덖음차로 구증구포를 하고, 꽃차는 그냥 살짝 한 번만 고온의 팬에서 덖고 말렸다 그래도 꽃차는 원래의 예쁜 꽃 모양과 색을 잃었다
하지만 산수국을 마셔보겠다는 일념으로 그늘에서 2-3일 말리니 꽃은 언뜻 보면 그냥 시들어 떨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만 파란색은 지니고 있다
찻잔에 꽃차와 잎을 넣고 끓는 물을 부으니 색이 나고 꽃도 다시 피는 것처럼 예쁘게 떠올랐다 이 정도면 그래도 성공에 가까운 듯하다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마셔보니 이슬차보다는 좀 더 나은 맛이라 다행이었다